중국어에 "징시" 라는 단어가 있다.
우리 말로 굳이 바꾸자면 "깜짝 선물" 정도 될 듯 한데, 실제로 중국에서 굉장히 흔하게 쓰는 말 중에 하나이다.
쪼우도걸핏하면 "언제쯤이면 징시 받아볼 수 있냐" 고 묻곤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중요한 날이고 해서 나름 준비 좀 하려고 했으나....
역시 나란 놈은 "이벤트", "로맨틱" 뭐 이런 거랑은 체질적으로 안맞는 건지...결국 실패...
게다가 오히려 내가 깜짝 선물을 받고 말았다..
그것도 두 개(?)씩이나....
원랜 좀 비싼 월드 부페 식당에 가려했으나 시간이 맞지 않는 관계로 조촐하게 양식당에서...
저번에 왔을 때 종업원이 사진 촬영 안된다고 해서 첨에는 몰래 찍다가, 보니깐 별로 제재하는 것 같지 않아서 그냥 꺼내놓고찍었다.
덕분에 간만에 맘 편히 실내 사진 찍어볼 수 있었다.
이 식당 참 특이하다. 원래는 스테이크 전문점인데...스테이크 빼곤 다 맛있었다. 디저트도 다양하고 참 괜찮았다.
사진 찍으려고 일부러 창가에 앉았다.
이 날 반찬(?)으로 조개 요리 작은 거 하나 시켜봤는데, 비린내 하나도 안나고 끝장나게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날씨가 좀 이상해서 일찌감치 집으로 왔다.
저녁으로는 낮에 슈퍼에서 사온 초밥 세트를 먹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중요한 기념일 저녁을 저렇게 먹었다는 게 참....
철딱서니 없이 또 그런 와중에도 초밥 사진 찍고 그랬다.
그나마 분위기 내려고 저번에 학우들이 사온 와인을 까려고 했는데....집에 와인 오프너가 없었다.
"우결"의 정형돈 처럼 젓가락까지 동원했다가 결국 포기......
미안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냥 그렇게 지나가나 했다.
근데 갑자기 거실에서 쪼우가 불러서 나가봤더니 저렇게....
케잌 어서 났냐고 했더니 아침 일찍 서탑까지 혼자 가서 사들고 왔댄다.
아마 나보고 혼자 갔다오라 그랬으면 멀고 귀찮아서 분명히 안갔을 꺼다.
꼴에 또 쫀심은 있어서 놀란 내색을 안했지만 쪼우 혼자서 그 먼 데까지 가서 저거 들고 온 생각을 하니 미안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그랬다.
그런 쪼우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이런 바보 짓뿐....
근데 또 갑자기 눈을 감아보랜다. 첨엔 무슨 장난치려고 그러는 줄 알았는데.....갑자기 TV 장식장 서랍에서 뭘 하나 꺼내놓는다.
놀란 맘보다도 미안한 맘이 너무 앞서서 첨엔 상황 파악도 안되고 막 그랬다.
정신 차리고 보니 저 비싼 브랜드 포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또 언제 샀냐고 했더니 역시 전날 아침에 길 건너편에 있는 명품 쇼핑몰 문 열자마자 들어가서 사가지고 왔댄다.
뭐 하러 이렇게 비싼 걸 샀냐고...정색을 하고 몇 마디 했더니 쪼우 눈이 뻘개지는게 보였다.
물론 진심으로 그런 건 아니였고 미안하고 고마운 맘이 나도 모르게그런 식으로표출된 건데, 울먹거리는 모습 보니깐 한 열 배는 더 미안해지더라...
사고뭉치 쪼우....
미안하게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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